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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뉴스 하나를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앤스로픽이 자기 회사 채용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는데, 신규 채용에서 주니어 기술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사이에 27%에서 9%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AI를 만드는 회사가 AI 때문에 주니어를 덜 뽑게 됐다고 스스로 공개한 셈이다. 사내에서 AI 에이전트가 일한 시간이 사람이 일한 시간의 6배라는 수치도 같이 나왔다. 남 얘기처럼 읽히지 않았다. 15년 넘게 이 바닥에서 밥을 벌어먹은 사람으로서, 그리고 언젠가 "아빠, 나도 개발자 할래"라고 말할지도 모르는 아이 셋의 아빠로서, 오늘은 코드 얘기 대신 이 논쟁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숫자로 보는 주니어 절벽, 과장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흔한 공포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제목의 글은 챗GPT가 나온 뒤로 수백 번은 본 것 같으니까. 그런데 올해 들어 나온 데이터들은 결이 좀 다르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가 급여 기록을 분석한 결과,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2022년 말 정점 대비 약 20% 줄었다. 같은 시기 내 또래인 30~40대 고용은 오히려 버티거나 늘었다. 시장 전체가 꺾인 게 아니라, 사다리의 첫 칸만 정확히 부러진 모양새다.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의 인재 보고서는 빅테크의 신입 채용이 2019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고, 미국 컴퓨터학회(ACM) 회지는 지난 8월에 아예 "사라지는 도제(The Vanishing Apprentice)"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10월에 나온 게 앞서 말한 앤스로픽 보고서다. 기술 조직에서 주니어급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21%에서 14%로 줄었고, 머신러닝 쪽 매니저의 3분의 1,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5분의 1이 "AI 때문에 덜 뽑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코딩, 디버깅, 자잘한 수정 작업. 전통적으로 신입이 처음 맡던 일들을 에이전트가 가져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체감과도 맞는다. 요즘 내가 AI 도구에 시키는 일의 목록을 적어보면, 10년 전 내 옆자리 신입에게 넘기던 일의 목록과 거의 겹친다. 반복적인 CRUD 코드, 테스트 코드 초안, 로그 뒤져서 원인 후보 추리기, 문서 정리. 다른 점이 있다면 AI는 새벽에 시켜도 군말이 없고, 커피를 사줄 필요도 없다는 것 정도다.

나는 삽질로 배웠다, 그게 문제다

내 주니어 시절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기억이 대부분이다. 운영 DB에 WHERE 절 빼먹은 UPDATE를 날려본 적 있고, 금요일 저녁 배포 후에 주말 내내 전화를 붙잡고 산 적도 있다. 선배가 "이거 네가 짠 거지?"라고 부르면 심장이 내려앉던 시절. 그런데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그 삽질들이다. 장애를 직접 내보고, 수습해보고, 왜 그런 설계가 위험한지 몸으로 배웠다. 시니어의 직감이라는 건 결국 실패 경험의 압축 파일이라고 생각한다.

주니어 절벽 논쟁이 불편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지금 업계는 그 압축 파일을 만들 기회 자체를 없애는 중이다. 쉬운 일은 AI가 다 하니까 신입에게 줄 일이 없고, 신입에게 줄 일이 없으니 안 뽑는다. 당장의 손익계산으로는 맞는 결정이다. 그런데 10년 뒤에 아키텍처를 결정하고, 장애 상황에서 침착하게 원인을 좁혀가고, AI가 쏟아낸 코드 중에 뭘 버려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디서 나오나. ACM 기사에서 한 엔지니어가 한 말이 오래 남았다. 작년에 자기 회사가 인턴을 한 기수 뽑았는데, 정규직 전환 제안을 한 명도 안 했다고. 기사는 신입 시장을 "절대적으로 잔인하다(absolutely brutal)"고 표현했다.

재미있는 건, 요즘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시키는 방식이 과거에 주니어를 코칭하던 방식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점이다. 일을 잘게 쪼개서 주고, 맥락을 설명해주고, 결과물을 리뷰해서 피드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지시서를 고친다. 다른 점은 딱 하나다. 에이전트는 아무리 피드백해도 "성장"해서 내 자리를 이어받지 않는다. 세션이 끝나면 배운 걸 잊는다. 회사 입장에서 주니어를 키우는 일의 본질이 "5년 뒤의 시니어를 만드는 투자"였다면, AI는 그 투자 없이 오늘의 생산성만 가져가는 선택지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미래를 당겨쓰고 있다는 감각이 잘 안 들기 때문이다.

"주니어 일은 AI가 다 한다"는 말의 함정

그런데 이 논쟁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함정이 두 개 있다. 첫째, 개발자의 일에서 코드 작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다. IEEE에 실린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 대상 연구를 보면 코드를 읽고 쓰는 시간은 업무 시간의 15% 정도다. 나머지는 협업, 기획, 리뷰, 테스트, 그리고 "이게 왜 안 되지"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이다. AI가 코드 생성을 아무리 잘해도 개발이라는 직업의 15%를 잘하는 것이지, 전부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

둘째, AI가 짠 코드는 아직 턴키가 아니다. 2025년 웹 개발 AI 실태 조사에서는 개발자의 76%가 AI 도구가 만든 코드의 절반 이상을 다시 쓴다고 답했다. 내 경험도 비슷하다. 프로토타입은 놀랍도록 빨리 나온다. 그런데 운영에 올릴 물건으로 다듬는 건 여전히 사람 일이고, 그 비용이 전체의 대부분이다. 코드 분석 업체 코드씬 창업자가 ACM 기사에서 한 말 그대로다. "첫 프로토타입은 원래 쉬운 부분이었다. 소프트웨어 비용의 95%는 첫 버전이 나온 뒤에 발생한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AI는 "주니어의 일"을 대체한 게 아니라, "주니어에게 시키던 일 중 가장 기계적인 부분"을 대체했다. 문제는 많은 회사가 그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채용 숫자부터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가 지난 8월에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니어 채용을 줄이면 지식 전수가 끊기고, 내부 인재 파이프라인이 마르고, 결국 비싸고 귀한 시니어 영입 경쟁으로 내몰린다고. 엔지니어링 분석 업체 젤리피시 조사에서는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46%가 "주니어가 하던 일까지 시니어가 떠안으면서 번아웃이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주니어를 안 뽑는 비용은 당장 재무제표에 안 보일 뿐, 없는 게 아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은 아니다

흥미로운 건 업계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IBM은 올해 미국 신입 채용을 세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인사 책임자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신입에 투자하지 않으면 3~5년 뒤에는 어떻게 되나. 파이프라인이 없으면 우물은 그냥 마른다." 아마존도 올해 인턴과 신입 1만 1천 명을 뽑겠다고 했고, AWS의 맷 가먼 CEO는 주니어 채용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내가 들어본 가장 멍청한 소리 중 하나"라고까지 말했다. 독일 SAP 쪽 임원은 AI가 도제 제도를 없애는 게 아니라 성격을 바꾸는 중이라며 인턴과 신입 채용을 유지한다고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AI 네이티브 회사들과 단기 효율을 좇는 회사들은 주니어 채용을 줄이는 쪽으로, 수십 년짜리 코드베이스와 고객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회사들은 파이프라인을 지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누가 맞는지는 5년쯤 지나야 답이 나올 텐데, 나는 후자에 걸고 싶다. 다만 "주니어의 일"이 예전과 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상황도 잠깐 짚자. 위에서 인용한 수치는 대부분 미국 쪽 데이터라, 국내 시장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다만 체감으로는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규모 신입 공채가 흔하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고, 채용 공고는 갈수록 "경력 3년 이상"으로 수렴한다. 부트캠프 수료생들이 쏟아지는데 받아줄 첫 직장은 줄어드는 구조. 주변의 주니어들을 봐도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눈에 띄게 길어졌다. 반면 AI 도구를 능숙하게 쓰는 경력자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올라갔다. 사다리 첫 칸이 부러진 건 태평양 건너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채용 결정권자라면 주니어를 뽑을까

여기까지 쓰고 나니 정작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내가 지금 작은 팀의 채용 결정권자라면, 주니어를 뽑을까. 솔직하게 답하면, 망설일 것 같다.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은 그대로인데 교육용으로 떼어줄 만한 일감은 AI가 흡수해버렸다. 주니어 한 명 뽑을 예산이면 시니어 계약직과 AI 도구 구독료가 나온다. 머리로는 파이프라인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분기 목표 앞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이 양가감정이야말로 지금 업계 전체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누군가는 주니어를 키워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 누군가가 자기 회사이기를 바라지는 않는 상황.

그래서 이건 개별 회사의 합리적 선택이 모이면 업계 전체가 손해 보는,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처럼 보인다. 다행인 건 가트너가 올해 5월에 낸 또 다른 전망처럼, 2028년부터는 AI가 없애는 일자리보다 만드는 일자리가 많아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새 일자리들이 지금의 신입이 아니라 "AI를 부릴 줄 아는 경력자"를 원한다는 것이고, 그 경력은 어딘가에서 시작됐어야 한다는 모순이다.

지금 주니어라면, 그리고 주니어를 둔 팀이라면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신입이나 취준생이 있다면, 위로보다는 솔직한 생각을 적는 게 나을 것 같다. 코드를 빨리 치는 능력의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다. 대신 올라가는 건 AI가 쏟아낸 결과물을 검증하는 능력이다. 이 코드가 왜 돌아가는지, 어디서 깨질지, 뭘 테스트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보다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그리고 AI)이 만든 걸 믿어도 되는지 판단하는 사람이 되는 쪽. 그러려면 역설적으로 기본기가 더 중요해진다. 네트워크, DB, 운영체제 같은 바닥 지식은 AI 출력물의 거짓말을 잡아내는 유일한 그물이다.

하나 덧붙이면, 포트폴리오의 기준도 달라졌다고 본다. AI로 하루 만에 만든 토이 프로젝트는 이제 변별력이 없다. 면접관 입장에서 궁금한 건 "이걸 만들었다"가 아니라 "이게 왜 이렇게 생겼고, 어디가 취약하고, 트래픽이 10배가 되면 어디부터 터지는지"를 말할 수 있느냐다. 결과물의 양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해석의 깊이. AI 시대의 주니어가 차별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점이 거기라고 생각한다.

팀에 주니어가 있는 시니어라면, 예전처럼 "쉬운 티켓부터"가 안 통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쉬운 티켓은 이제 없다. 대신 AI가 만든 PR의 리뷰를 주니어에게 맡기고 그 리뷰를 다시 봐주는 식으로, 판단 훈련의 기회를 의도적으로 설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삽질의 기회가 자연 발생하지 않는 시대라면, 안전한 삽질을 인공적으로라도 만들어주는 게 선배의 일이 됐다.

아이가 개발자 하겠다고 하면

마지막으로 아빠 입장의 얘기. 첫째가 언젠가 "아빠처럼 개발자 할래"라고 하면 뭐라고 답할지 가끔 생각한다. 10년 전이라면 두말없이 환영했을 것이다. 지금은 한 박자 쉬고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코드 치는 직업을 갖겠다는 거라면 말리고 싶고, 뭔가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을 갖겠다는 거라면 여전히 추천한다고. 도구는 계속 바뀌어왔다. 어셈블리에서 C로, 프레임워크에서 클라우드로, 그리고 이제 AI로. 바뀌지 않은 건 "컴퓨터로 문제를 풀 줄 아는 사람"의 가치였다. 사다리의 첫 칸이 부러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건물에 올라가는 방법이 사라진 건 아니라고 믿는 쪽이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지금 팀에서 주니어 채용이 실제로 줄었는지, 줄었다면 그 빈자리를 누가 메우고 있는지, 혹은 주니어 입장에서 체감하는 시장은 어떤지. 댓글로 각자의 현장 얘기를 들려주시면 좋겠다. 이 논쟁은 데이터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더 정확할 때가 많으니까.

이미지 출처: Unsplash (Lance Grandahl, Jakub Żerdzicki, kate.s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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