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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말했다. 퇴사하겠노라고.
작년에 이야기했을 때는 연봉을 올려주시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이젠 연봉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퇴사한다고 확고히 이야기했다.
여러 가지 대화로 3시간을 넘게 이야기했지만, 워낙 좋게 봐주셨고 자주 연락하라고 하시면서 퇴사를 허락(?)해주셨다. 내가 3년 동안 헛되게 일하지 않았구나 싶었다. 즐겁게 퇴사한다.
당분간 쉬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려고 한다. 오랫동안 못 쉬었는데, 개인 공부랑 자격증도 따고 하는 시기를 가져야겠다.
작년의 실패, 카운터 오퍼
돌아보면 작년에 한 번 실패했던 게 의미가 있었다. 그때는 연봉 인상 제안을 받고 남기로 했다.
겪어보니 카운터 오퍼는 판단하기가 까다롭다. 돈이 오르니 당장은 기분이 좋은데, 애초에 나가려던 이유가 돈이 아니었다면 그 이유는 그대로 남아 있다. 1년 뒤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연봉 문제가 아니다"라고 먼저 못을 박았다. 조건 협상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려면 그 문장이 필요했다.
3시간의 대화
퇴사 면담이 3시간을 넘겼다는 건 그만큼 붙잡아주셨다는 뜻이기도 하고, 대화가 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면담에서 지키려고 했던 것들이 있다.
- 회사나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업계는 좁고,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 결정은 이미 내렸다는 걸 분명히 한다. 상의하러 온 것처럼 보이면 협상이 시작된다
- 인수인계 계획을 먼저 제시한다. 남는 사람들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 고마웠던 일은 구체적으로 말한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배운 것들이 있었다
"자주 연락하라"는 말을 들으며 나올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3년 동안 쌓인 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퇴사할 때의 평판은 퇴사 면담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전 3년 동안 만들어진다.
프리랜서로 가기 전에 챙길 것들
당분간 쉬면서 준비할 생각인데, 알아본 것들을 정리해둔다.
1. 4대보험과 세금 구조가 바뀐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면서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이 달라진다. 국민연금도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소득세는 원천징수 3.3%로 떼고 다음 해 5월에 종합소득세로 정산한다.
월 실수령액만 비교하면 프리랜서 단가가 높아 보이는데, 이 부분을 빼고 계산하면 착시가 생긴다.
2. 소득이 없는 기간을 견딜 현금
첫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 프로젝트 사이의 공백, 대금 지급 지연까지 고려하면 최소 6개월치 생활비는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3. 신용 관련 처리는 퇴사 전에
대출이나 카드 발급은 재직 중일 때가 훨씬 유리하다. 필요할 일이 예상된다면 퇴사 전에 처리하는 게 낫다.
4. 포트폴리오와 계약서
회사 코드는 가져올 수 없다.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은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계약서는 반드시 쓴다. 범위, 일정, 대금 지급 시점, 하자보수 기간, 추가 요구사항 처리 방식을 명시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전부 분쟁 거리가 된다.
쉬는 기간에 대해
"당분간 쉬면서"라고 썼는데, 이 기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개인 공부와 자격증을 계획한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에 있을 때는 당장 필요한 것만 배우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쓰는 기술, 이번 이슈를 해결할 방법. 그러다 보면 기초나 새 영역에 손댈 여유가 없다.
쉬는 기간은 그 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 몇 년 뒤에 차이를 만드는 건 대개 그런 쪽이었다.
정리
- 3년 다닌 회사를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다
- 카운터 오퍼는 나가려던 이유가 돈이 아니라면 문제를 미룰 뿐이다
- 퇴사할 때의 평판은 면담이 아니라 그전 시간에서 만들어진다
- 프리랜서 준비: 4대보험·세금 구조, 6개월치 현금, 신용 처리, 계약서
- 쉬는 기간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에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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