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월급날 저녁, 아내가 은행 앱을 보다가 한마디 했다. "우리 대출 이자 또 올랐는데?"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애써 안 보고 있었다는 게 정확하다.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8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제 기준금리는 3.00%가 됐다. 두 달 사이 0.5%포인트가 올랐다. 애 셋 키우는 외벌이에 가까운 가장 입장에서 이건 그냥 뉴스가 아니라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숫자의 문제다.

그래서 이번 주말,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고 가계 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했다. 대출, 예적금, 고정지출, 아이들 교육비까지. 이 글은 그 기록이다. 재테크 전문가의 조언이 아니라, 금리 인상기를 처음 맞는 게 아닌 40대 직장인이 실제로 뭘 확인하고 뭘 바꿨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두 달 사이 두 번 오른 기준금리, 남 일이 아니었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3년 6개월 만의 첫 인상이었다. 그리고 8월 27일, 한 번 더 올려서 3.00%가 됐다. 두 번 연속 인상이다. 배경은 결국 물가다.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고, 통계를 봐도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이 424만 원으로 1년 전보다 4.2% 늘었다. 버는 건 그대로인데 나가는 게 늘고, 거기에 이자까지 오르는 구간에 들어선 거다.

금리가 오르면 뉴스에서는 늘 "이자 부담 증가"라는 표현을 쓰는데, 체감은 좀 다르다. 대출 있는 사람한테는 고통이고, 목돈을 굴려야 하는 사람한테는 오랜만의 기회다. 문제는 나 같은 40대 가장은 대부분 둘 다 해당된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갚는 중이고, 아이들 학자금이나 노후 대비로 모아둔 돈도 굴려야 한다. 그래서 한쪽만 보면 안 되고 전체를 한 번에 점검해야 한다.

제일 먼저 확인한 것: 내 대출의 금리 조건

점검 1순위는 당연히 대출이었다. 확인할 건 세 가지였다.

첫째, 내 대출이 변동금리인지 고정금리인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건데, 의외로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특히 5년 고정 후 변동으로 전환되는 혼합형은 지금 자기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나도 앱을 열어 계약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얘기되던 작년에 변동금리로 갈아탄 사람이 꽤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 변동금리 대출이 급증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분들이 지금 제일 마음이 불편할 거다.

둘째, 금리 변동 주기와 다음 갱신일. 변동금리라도 이자가 바로 오르는 게 아니다. 보통 6개월 주기로 코픽스에 연동돼 갱신되니까, 내 대출이 언제 갱신되는지 알면 이자 인상이 언제 반영될지 미리 계산할 수 있다. 나는 다음 갱신일을 캘린더에 등록해뒀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갱신 월에 이자가 몇만 원 뛰는 걸 미리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은 가계부 운영에서 차이가 크다.

셋째, 금리인하요구권. 승진했거나, 연봉이 올랐거나, 신용점수가 올랐다면 은행에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앱에서 신청하면 며칠 안에 결과가 나온다. 나는 재작년에 한 번 해서 0.2%포인트를 깎은 적이 있다. 거절당해도 손해 볼 게 없으니, 금리 인상기일수록 오히려 챙겨야 하는 카드다.

고정이냐 변동이냐를 두고 지금 갈아타야 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함부로 답을 못 하겠다. 지금 시점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는 대체로 연 4%대, 변동은 3% 후반에서 4% 초반으로 격차가 많이 좁혀진 상태다. 추가 인상이 이어질 거라 보면 고정이 마음 편하고, 이번 인상 사이클이 짧게 끝날 거라 보면 변동을 유지하며 버티는 선택지도 있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와 대환 비용까지 넣고 계산해봐야 하고, 이건 각자 대출 잔액과 잔여 기간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한 일은 은행 앱의 대환 시뮬레이션으로 숫자를 뽑아서 엑셀에 정리해둔 것까지다. 결정은 다음 금통위(10월)를 보고 하기로 했다.

이자가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 계산해보면

막연하게 "이자가 오른다"고 불안해하는 것보다 숫자로 확인하는 게 낫다. 계산은 단순하다. 변동금리 대출 잔액에 금리 인상 폭을 곱하면 연간 추가 이자가 나온다.

예를 들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억 원이고,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 0.5%포인트가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추가 이자는 100만 원. 월로 나누면 8만 원이 조금 넘는다. 물론 코픽스 연동이라 기준금리 인상분이 그대로 다 옮겨지는 건 아니고 시차도 있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월 8만 원이면 우리 집 기준으로 아이 한 명 학원비 한 과목 값이다. 그렇게 환산하니 숫자가 확 와닿았다.

반대로 이 계산을 해보면 과도한 공포에서도 벗어난다. 잔액이 5천만 원이라면 같은 조건에서 월 2만 원 수준이다. 부담이지만 가계가 무너질 숫자는 아니다. 중요한 건 내 대출 잔액과 금리 조건으로 직접 계산해보는 것이다. 뉴스 헤드라인의 공포와 내 가계부의 현실은 생각보다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적금은 오랜만에 갈아탈 맛이 난다

대출 쪽이 아픈 얘기였다면 이쪽은 그나마 즐거운 얘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적금 금리도 따라 오른다. 은행들이 슬금슬금 수신금리를 올리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실제로 한 일은 세 가지다.

파킹통장 금리 비교. 생활비 통장과 비상금을 넣어두는 파킹통장은 금리 인상이 가장 빨리 반영되는 곳 중 하나다. 주거래 은행이라는 이유로 낮은 금리에 묵혀두고 있었는데, 인터넷은행 몇 곳을 비교해보니 차이가 제법 났다. 비상금 규모가 1천만 원이라면 금리 1%포인트 차이는 1년에 세전 10만 원이다. 치킨 네다섯 마리 값이지만, 앱에서 10분이면 옮길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만기 임박 예금의 재예치 전략. 마침 10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이 하나 있다. 예전 같으면 만기일에 자동 재예치로 뒀을 텐데, 이번엔 다르게 하기로 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1년 만기로 다 묶는 것보다, 일부는 파킹통장이나 3~6개월 단기 예금으로 두고 금리 흐름을 본 뒤에 장기로 묶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풍차돌리기까지는 아니어도, 만기를 분산해두면 금리가 더 오를 때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청약통장과 아이들 통장 점검. 아이 셋 이름으로 넣고 있는 적금과 청약통장도 이번에 같이 확인했다. 오래전에 가입해둔 상품이라 금리가 낮은 것도 있었는데, 상품에 따라 갈아타는 게 나은 경우도 있고 가입 시점의 혜택 때문에 유지가 나은 경우도 있다. 이건 일괄적으로 답이 없어서 하나씩 열어봤다. 셋 다 열어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애가 셋이면 통장도 세 배다.

고정지출 다이어트: 이자 오른 만큼 어디서 뺄 것인가

이자가 월 몇만 원 늘어난다면, 그 몇만 원을 어디선가 만들어야 한다. 소득을 당장 늘릴 수 없으니 답은 고정지출이다. 이번에 가계부를 3개월 치 돌려보면서 발견한 것들이 있다.

구독 서비스. OTT 3개, 음악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소, 그리고 언제 가입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앱 구독 2개. 합쳐보니 월 7만 원 가까이 나가고 있었다. OTT는 가족들과 상의해서 하나만 남기고 정리했다. 보고 싶은 게 생기면 그 달만 구독하면 된다. 이것만으로 월 4만 원 가까이 줄었다.

통신비. 약정이 끝난 지 몇 달 지난 회선이 있었다. 알뜰폰 요금제와 비교해보니 나 혼자만 옮겨도 월 3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결합할인 때문에 계산이 복잡해지긴 하는데, 가족 전체 통신비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볼 가치는 충분했다.

보험. 제일 조심스러운 항목이다. 보험은 해지가 능사가 아니라서, 리모델링한다고 섣불리 갈아탔다가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도 많다. 나는 이번에 정리만 했다. 어떤 보험이 있고, 보장이 뭐고, 월 얼마가 나가는지 한 장짜리 표로 만들었다. 중복 보장 하나가 눈에 띄어서 그것만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여유 자금이 생기면: 빚부터 갚을까, 저축부터 할까

점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질문에 닿았다. 상여금이든 성과급이든 목돈이 생겼을 때, 대출을 갚는 게 맞나 예금을 드는 게 맞나.

원칙은 간단하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높으면 갚는 게 이득이다. 지금처럼 주담대 금리가 4% 안팎이고 예금금리가 그보다 낮다면, 세금까지 감안할 때 상환 쪽이 수치상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숫자만으로 결정하면 안 되는 변수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중도상환수수료다. 대출 받은 지 3년이 안 됐다면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많으니, 수수료율과 절감되는 이자를 비교해봐야 한다. 다른 하나는 비상금이다. 빚 갚는 데 몰빵해서 통장을 비워두면, 정작 급한 일이 터졌을 때 더 비싼 신용대출을 받게 된다. 아이 셋 집은 급한 일이 정말 수시로 터진다. 응급실 한 번, 갑작스러운 가전 수리 한 번이면 몇십만 원이 그냥 나간다. 그래서 우리 집은 생활비 3개월 치 비상금은 무조건 지키고, 그 이상의 여유가 생겼을 때만 중도상환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금리 인상기에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예금금리가 올라오면서 "갚기 vs 모으기"의 계산이 예전보다 훨씬 팽팽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제로금리 시절에는 무조건 빚부터 갚는 게 정답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각자의 대출금리와 세후 예금금리를 직접 대보면 의외로 박빙인 경우도 나온다. 계산기를 두드려볼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물가 3% 시대의 아이 셋 교육비

사실 우리 집 가계부에서 이자보다 무서운 건 교육비다. 통계에서도 자녀 있는 가구의 교육비 부담은 매년 상위권이다. 애들이 크면서 학원비는 물가상승률보다 빠르게 오르는 느낌인데, 이건 체감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항목이 많다.

올해 1분기 가계동향을 봐도 소비지출 증가율(5.3%)이 전체 가계지출 증가율보다 높다. 우리 집 가계부를 3개월 치 들여다봤더니 식비와 교육비가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 셋이 밥 먹는 양이 달라지는 속도와 학원비 인상 주기는 금리와 무관하게 온다. 그래서 가계부에서 조절 가능한 항목과 불가능한 항목을 먼저 나누는 게 순서다.

금리 인상기라고 애들 학원을 끊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우리 부부가 정한 원칙은 두 가지다. 하나, 교육비 총액에 상한선을 정한다.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상한을 정해두고, 새 학원을 추가하려면 뭔가를 빼는 구조로 간다. 둘, 애들 명의 저축은 건드리지 않는다. 가계가 빠듯해지면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게 아이들 적금인데, 그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손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위에서 말한 구독료, 통신비 같은 어른들 지출부터 줄인다.

내가 정리한 금리 인상기 가계 점검 체크리스트

이번 주말 점검을 하면서 정리한 목록이다. 순서대로 하면 두세 시간이면 끝난다.

  1. 내 대출의 금리 유형(고정/변동/혼합) 확인
  2. 변동금리라면 갱신 주기와 다음 갱신일 캘린더 등록
  3.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가능 여부 확인 (승진, 연봉 인상, 신용점수 상승 시)
  4. 대환 시뮬레이션 돌려보고 숫자만 정리 (결정은 천천히)
  5. 파킹통장 금리 비교, 비상금 이동
  6. 만기 도래 예금은 자동 재예치 해제, 만기 분산 전략 검토
  7. 구독 서비스 전수 조사 후 정리
  8. 약정 끝난 통신 회선 알뜰폰 비교
  9. 보험은 해지 대신 한 장짜리 현황표 만들기
  10. 교육비 상한선 부부 합의

거창한 재테크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 열 가지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금리가 오르는 건 내가 어쩔 수 없지만, 그 파도에 어떻게 올라탈지는 준비할 수 있다는 감각. 가장한테는 그게 중요하다.

마치며: 금리는 사이클이다

15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금리 인상기를 몇 번 지나왔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같다. 금리는 사이클이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중요한 건 오르막에서 무리한 포지션을 잡지 않는 것, 그리고 내 가계의 숫자를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10월 금통위에서 한 번 더 올릴지, 여기서 쉬어갈지는 모르겠다. 전문가들 전망도 갈린다. 다만 어느 쪽이든 우리 집 가계부는 이제 준비가 됐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번 주말, 두세 시간만 내서 대출 조건과 예금 금리부터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남의 전망을 듣는 것보다 내 숫자를 아는 게 먼저다.

※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금융상품의 추천이나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대출 대환, 예적금 가입, 보험 변경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금융사 상담을 거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기준금리 등 수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2026년 7월 16일, 8월 27일 결정 기준)
이미지 출처: Unsplash — Jakub Żerdzicki, Katie Harp, 2H Media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