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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때는 이런 생각뿐이었다.

  • 내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 취업은 할 수 있을까?
  • 맨날 야근만 하는 것 아닐까?
  • 괜한 짓 한 것 아닐까?

그러다 정신 차려 보니 벌써 개발자 5년차다. 그리고 말라깽이였던 몸이 이제 후덕한 뱃살 개발자가 되었다.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그래서 오늘부터 운동 일지를 시작하려고 한다. 새해부터라고 미루지 마시고 다 같이 한번 시작해보시죠.

1일차 : 팔굽혀펴기 30회 (부끄럽다)


왜 개발자는 살이 찌는가

직업병이라고 하기엔 원인이 너무 명확하다.

  •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집중하면 두세 시간은 그대로다. 화장실 갈 때 말고는 일어날 일이 없다
  • 야근하면 야식을 먹는다. 늦게 먹고 바로 자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 커피와 당분에 의존한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 손이 가는 게 카페인과 단 것이다
  • 몰입이 깨지는 걸 싫어한다. 스트레칭하러 일어나는 것조차 흐름이 끊긴다고 느낀다

마지막 항목이 개발자 특유의 함정이다. 코드를 짜다가 흐름을 놓치면 다시 잡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계속 무시하게 된다.

앉아 있는 자세가 만드는 문제들

체중만 문제가 아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의 특정 부위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 목·어깨 — 모니터를 내려다보면 거북목이 된다. 머리 무게가 앞으로 갈수록 목에 걸리는 부하가 커진다
  • 허리 — 골반이 뒤로 말린 자세로 오래 앉으면 요추에 압박이 간다
  • 손목 —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얹는 각도가 잘못되면 저리기 시작한다
  • — 가까운 거리만 오래 보면 초점 조절 근육이 지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헬스장 등록부터 하면 대개 실패한다. 책상에서 바로 되는 것부터 잡는 게 현실적이다.

1. 타이머로 일어나기

뽀모도로를 쓰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된 셈이다. 25분 집중, 5분 휴식에서 그 5분에 앉아 있지 않는 것만 지키면 된다. 물 뜨러 가거나 창밖을 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2. 모니터 높이 맞추기

모니터 상단이 눈높이와 같거나 살짝 아래에 오게 한다. 노트북만 쓴다면 받침대와 외장 키보드가 사실상 필수다. 노트북 화면을 보는 자세는 구조적으로 목이 꺾일 수밖에 없다.

3. 20-20-20 규칙

20분마다 20피트(약 6m) 떨어진 곳을 20초간 본다. 눈의 초점 조절 근육을 쉬게 하는 방법이다.

4. 팔굽혀펴기부터

30회가 부끄럽다고 썼지만, 사실 시작 지점이 어디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매일 기록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한 개 더 하면 그게 진전이다.

기록을 남기기로 한 이유

운동 계획은 세우면 지키기 어렵고, 기록은 남기면 이어진다. 계획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 미룰 수 있지만, 기록은 과거에 대한 사실이라 끊기면 눈에 보인다.

블로그에 일지를 쓰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공개된 곳에 숫자를 적어두면 최소한 며칠은 더 간다. 개발할 때 커밋 그래프를 채우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심리다.

개발자에게 운동이 주는 실질적 이득

건강 얘기는 뻔하니까 조금 다른 각도로 적어본다.

  • 디버깅 능력이 올라간다. 막힌 문제를 붙잡고 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 것만으로 풀리는 경우가 있다. 뇌가 배경에서 계속 돌아간다
  • 야근 체력이 는다. 어차피 안 할 수 없는 날이 있다면 버틸 몸이 있는 편이 낫다
  •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잠을 제대로 자면 다음 날 집중력이 다르다
  • 오래 일할 수 있다. 40대, 50대에도 코드를 짜려면 결국 몸이 받쳐줘야 한다

정리

  • 문과생으로 시작해 5년차, 뱃살과 함께 운동 일지를 시작한다
  • 개발자가 살찌는 건 몰입이 깨지는 걸 싫어하는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 헬스장 등록보다 타이머·모니터 높이·20-20-20 같은 책상 환경부터
  • 계획보다 기록이 오래간다
  • 1일차: 팔굽혀펴기 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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